초등학교 때부터 혼자 집을 보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가스레인지를 켜고 무언가 만들어 먹는 것에 익숙했던 거 같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바쁜 언니들을 대신해 엄마의 요리 보조를 했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 배가 고프면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에 그냥 김을 부셔 넣고 계란을 풀어 국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물론, 제대로 된 요리는 아니었던 거 같다. 이런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요리를 배운 것이 된장찌개다.
저녁 준비하는 엄마의 어깨너머로 본 된장찌개는 어려워 보이지 않았고, 일요일 오전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에게 내가 된장찌개를 끓여보겠노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멸치 몇 마리와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내고, 된장 한 스푼에 고추장 조금 더 하고 감자, 호박, 양파 등 야채를 썰어 넣고 두부를 넣어 그럭저럭 비슷한 맛을 냈었다. 가족들도 그럴듯하다고 칭찬했고, 그 이후로 떡볶이나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등등..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요리들이 늘어갔다.
요즘도 된장찌개를 가장 자주 해 먹는 거 같다. 무엇보다 마땅한 찬 거리가 없을 때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오늘도 딸아이와 저녁에 먹을 된장찌개를 아직은 이른 오후부터 미리 끓여둔다.

감자 한 개, 호박 반 개, 양파 1/4개, 홍고추, 청양고추를 썰고, 두부 반모와 어묵 한 장도 썰어둔다. 언젠가부터 어묵을 좋아하는 딸아이를 생각해 한 소큼 끓인 된장찌개에 마지막으로 얇게 썬 어묵을 뒤에 얻어 마무리한다. 재료준비가 끝나면 뚝배기에 물을 반쯤 담고 된장 한 스푼, 고추장 1/3스푼을 넣고 멸치육수 맛을 내는 동그란 tablet을 하나 넣어준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여기게 손질한 감자, 호박, 양파를 넣고 끓이다가 두부와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어주고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오래 끓인다. 찌개는 뭐니 뭐니 해도 오래 끓여 재료의 맛이 우러나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썰어둔 어묵을 넣어주면 끝.

된장찌개를 끓이다 보면 살짝 넘친 국물이 가스레인지를 더럽혀 번거롭게도 하지만,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풍기는 구수한 냄새는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저녁식탁을 떠올리게 한다. 된장찌개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이다.
배추김치, 섞박지에 구운 김과 계란 프라이 하나 더 해, 소박하지만 따뜻한 저녁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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