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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무슨 요리?

매콤한 제육볶음에 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

by 눈보라콘 2025. 2. 18.

  난 세련된 요리엔 소질이 없다. 특히나 베이킹은 시도할 때마다 실패다. 베이킹은 정확한 계량과 시간, 오븐의 온도 조절이 관건이라던데, 모든지 후다닥 해치우려는 성격이 이 부분에 방해가 되는 모양이다. 한식도 요즘 파인 다이닝에서 내는 것처럼, 정갈하고 세련된 플레이팅에 고급스러움을 더하기도 하지만, 난 투박한 한식이 좋다. 서민의 식탁이랄까.
언니들과 나이차가 많은 막내여서 엄마의 집안일을 옆에서 많이 보고 돕기도 했다. 장 담그기, 김치 담그기, 무말랭이 / 가지 말랭이 만들기 등등… 거기에 더해 매일 먹던 엄마의 요리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일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고 직접 요리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결혼한 막내딸과 함께 지낸 엄마 덕에 어깨 너머 배운 요리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다. 그래서일까, 내 요리는 투박하다. 밑반찬도 김치도, 저녁상에 올리는 찌개나 메인 요리들도.. 난 이 투박한 요리들이, 엄마에게 전수받은 요리들로 꾸리는 내 식탁이 좋다.

오늘 저녁은 제육볶음과 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가 메인이다. 거기에 맛이 든 동치미와 밑반찬들을 곁들이면 끝.

양념에 잘 재워둔 돼지고기

제육볶음엔 샤부샤부용으로 얇게 썬 목살을 사용한다. 불고기 용을 쓰기도 하지만, 얇은 고기가 양념도 더 잘 배고 밥 비벼먹기에도 좋다. 양파, 풋고추, 홍고추, 파를 더하면 아삭한 식감에 색감도 좋다. 양념은 단순하다.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맛술, 마늘, 간장, 후춧가루. 조미료를 따로 넣지 않는 편이라 요즘 참치액젓 한 스푼을 넣기도 한다.
이제 모두 섞어 조물조물 버무려서 냉장실에 두어 시간 넣어두고, 식사 준비 막판에 센 불로 볶아주고 깨 솔솔 뿌려주면 끝.
아빠가 제일 좋아하셨던 요리가 제육볶음이었다. 소고기보단 돼지고기가 좋다고 하셨었다. 넉넉지 않은 호주머니 사정에 소고기보단 돼지고기가 편하고 익숙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재료준비부터 야무지게!
보글보글 된장찌개

오늘 된장찌개는 짜글이처럼 자박하게 끓여본다. 육고기에 시큰둥한 딸내미와 내 취향에 맞춰 준비한다. 일반 된장찌개와 크게 다른 건 없다. 국물을 좀 적게 잡고 감자, 호박, 양파를 좀 더 큼직하게 썰고 두부는 깍둑썰기해서 넣는다. 육수는 멸치다시를 기본으로 하고 된장 2 스푼에 고추장 1/2스푼, 그리고 고춧가루 살짝 추가하고 대파, 풋고추, 붉은 고추도 추가해 색감도 살려본다. 어묵을 좋아하는 딸아이를 생각해 자박하게 끓어오른 된장찌개에 길쭉하게 채 썰어둔 어묵을 살짝 올려 뚜껑 덮어두면 끝. 뚝배기에 남은 잔열로 어묵도 말랑해지고 어묵 맛이 국물에 살짝 배어 나온다.

소박하지만 정성으로 준비한 저녁 한 끼를 함께 나눈다.
거창한 음식이 아니어도, 투박하지만 우리 가족 입맛에 맞게 준비해 함께 즐기는 저녁 식탁, 이런 게 행복 아닌가 새삼 느껴본다.